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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J가 접한 문화/책

인간이 동물보다 뛰어난가? (하이데거의 동물론)

하이데거의 동물론

 

돌은 세계가 없다

동물은 세계가 부족하다

인간은 세계를 형성한다

 

비생명체인 돌, 생명을 가지고 있는 비인간 생명체인 동물, 그리고 인간에 대한 세 가지 명제.

얼핏 보면 인간이 최고라는 말처럼 들리지만 하이데거는 이렇게 말한다.

 

"오히려 세계가 부족한 것은 인간과의 비교에서 나온 특징이다. 인간의 관점에서 볼 때에만 동물에게 세계가 부족한 것이지, 동물 존재 그 자체로 세계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부족함의 반댓말은 풍족함인데 하이데거는 인간의 세계가 풍족하다고 하지않았다. 세계를 형성한다고 했다. 형성의 조건은 부족함이다. 그러나 형성은 부족함과 명백히 다른 의미이다. 인간은 계속해서 문명을 일구어내고 있다. 인간의 세계는 바다 너머로, 하늘 너머로 자꾸만 넓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동물의 세계가 그 자체로 부족하다고 할 수가 있는가?

 

이 책에서는 진드기를 예시로 들었다. 진드기는 눈이 없고 후각, 촉지각(빛 감지), 열지각(따뜻한 피 감지)만을 이용한다. 인간의 세계보다는 단순하지만 결코 부족하지 않은 세계이다. 

 

정리하자면 하이데거는 인간중심주의의 불가피성에 대한 자각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장은 이해가 잘 안가는데... 인간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존재의 긍정 또한 요구한다. 그래야만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인간중심주의 비판의 결실은'인간을 현존재에 소속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언어, 자기, 사유, 자유 등은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그들의 소유물이다.

 

예시로 어떤 사람은 A를 진리라고, 어떤 사람은 B를 진리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둘 다 진리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둘 다 진리가 아니라고 말한다. 심지어는 진리라는 게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 현상을 들여다보면 인간이 진리에 얽매여 있다. 진리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조차 자기주장이 진리임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진리를 소유한 것이 아니라 진리에 소유당한 모습이다.

 

인간의 삶은 대부분 비천하다. 인간은 생의 대부분을 자기기만적 오만 속에서 살아가기에 더욱더 비천하다. 이런 오만이 깨질 때, 인간은 비로소 자신과 세계를 변형시킬 수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인간은 위대해질 수 있는 존재이다.

 

출처: 미생물이 플라톤을 만났을 때 (김동규, 김응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