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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나를 사랑하기] 어려보이는 외모로 스트레스를 받나요?

저는 어딜 가나 오해받기 십상입니다.
술을 살때도, 신용카드를 쓸 때도, 

제가 무슨 나쁜 짓을 한 것 마냥 쳐다보는 분들이 간혹 계십니다.

오해가 풀리면 '어머ㅎㅎ 너무 어려보이세요 민증 검사 많이 받으시겠네 호호' 하고 넘어가지만

신용카드와 제 얼굴을 번갈아보며 점점 일그러지던 판매원 분의 얼굴은 잊히지가 않네요;;

물론 고등학생이냐는 질문에 대학생이라고 답하자 금방 표정을 푸셨지만요.

고등학생은 신용카드를 쓰면 안된다네요..

 

막 성인이 되었을 무렵,

20살 때는 아직 성인이 되었다는 것이 실감도 안 나던 때라 어려 보인다는 말에 별 생각이 안 들었지만,

22살쯤 접어들자, 아직도 이런 상황을 마주해야 한다는 게 당혹스러웠고 점점 스트레스로 다가왔어요.

내가 너무 애같이 생겼나? 뭐가 문제지?

 

처음에는 더 열심히 꾸몄어요.

화장도 더 진하게 해 보고, 옷도 신경 써서 블라우스나 치마를 입고 다녔지요.

그런데 이 방법은 별로 건강하지 못했어요.

거울을 보는 시간이 자꾸만 늘어나고, 자꾸만 남들 시선에 신경이 쓰였어요. 이 부분은 다른 포스팅에서 쓸게요.

결국 저는 '여성스럽게' 꾸미는 것은 그만두기로 했어요.

 

다음 시도는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것이었어요.

방글방글 웃는 것을 멈추고, 단호한 말투와 표정을 갖추는 것이었죠.

전에 꾸미던 버릇은 못 고쳐서 화장은 버렸어도 자켓과 슬랙스를 여럿 샀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아닌 것 같았어요. 내 몸에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맞추려는 느낌.

나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전과 같았기 때문이었어요.

 

어려 보이는 것은 저의 고유한 특성이었습니다.

턱이 짧고, 덩치가 작은 게 가장 큰 이유였어요.

이건 어떻게 바꿀 수도 없는 저의 특성인데 이것을 자꾸 부정하려 하니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인정하기로 했어요.

 

대놓고 저에게 어려 보인다고 뭐라 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네 나이 또래 손님이 옷 사러 많이 오는데 너는 너무 어려 보인다, 화장도 하고 좀 꾸미고 다녀라.

좀 화가 날 수도 있는 발언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전혀 동요되지 않았어요.

그게 답이 아닌 것을 저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얼마 전에도 수리하러 집에 찾아오신 분이 있으신데 학생이네? 하고 자연스럽게 반말을 하셨어요.

자주 겪는 일이라 그러려니 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중학교 3학년이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대학생인걸 알고는 좀 당황하신 듯 떠나셨어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나를 16살로 본건가? 사람들이 나를 7살 어리게 보니까 30살에는 23살로 보이겠구나.

 

동안의 기준이 5~10살 어리게 보이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치면 아직 20대 초반인 나는 미성년자로 보이는 게 당연하겠구나. 7살 어려 보이는 건 괜찮은 정도구나, 하는 위안이 들었어요.

 

동안이라 스트레스받는 분들은 아마 20대가 대부분이실 것 같아요.

젊어 보이는 게 좋은 것이지 어려 보이는 것은 그렇지 않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어리게 보이는 게  맞아요. 당신은 지금도 그렇게 많은 나이가 아니니까요.

지금 8살 어리게 보인다면 30살 때는 22살, 40살 때는 32살로 보이겠죠.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당신만의 특징이에요.

 

이것을 인정하고 나니 생각이 좀 더 어른스러워졌습니다.

누군가  저를 어리게 볼 때마다 저 사람이 날 만만하게 보는 건 아닌가, 나에게 문제가 있나, 스트레스받고 상처 받았는데 이제 여유롭고 편안하게 '다들 그렇게 보시더라구요~~'하고 넘기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그렇게 어른스러워 보이려고 애쓸 때는 안되던 게, 마음을 놓으니 이루어지다니 아이러니합니다.

 

혹시 동안 외모 때문에 스트레스받으시는 분들이 이 글을 찾게 된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나를 인정하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것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해요:)